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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탈모, 상징, 몰락)

by 미니55 2026. 8. 3.

 

어릴 때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초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세요? 이 아저씨들 머리가 왜 이래 다들 대머리였나? 저는 한참 뒤에야 저게 다 가발이었다는 걸 알고 진짜 신기했거든요ㅎㅎ 지금 보면 소라빵 같아서 웃기기만 한데 그 시대엔 저게 최고의 패션이었던 거예요. 근데 왜 갑자기 다들 저런 가발을 쓰기 시작한 걸까요. 출발점이 진짜 황당해요. 글쎄 한 왕의 탈모 콤플렉스에서 시작됐거든요ㅋㅋ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탈모에서 시작된 가발

먼저 짚고 갈 게 있어요. 가발 자체는 이 시대에 처음 생긴 게 아니에요. 아주 옛날 고대 이집트 때부터 있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도 붉은 가발을 즐겨 썼을 만큼 역사가 길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이 너도나도 커다란 가발을 쓰는 유행 이건 17세기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그 시작점에 루이 13세가 있고요.

루이 13세는 20대 초반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지금이야 탈모가 그냥 고민거리 정도지만 그 시대 왕에게 외모는 곧 권위였거든요. 머리가 빠진다는 건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니라 왕의 위엄이 흔들리는 일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루이 13세가 선택한 게 바로 가발이었어요.

재밌는 건 루이 13세 이전만 해도 가발이 오히려 좀 꺼리는 물건이었다는 거예요. 붉은 머리를 감추거나 머리가 빠진 걸 가리려고 쓰는 정도라서 당당하게 내세울 만한 물건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이 가발을 쓰기 시작하니까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어요. 조금 부끄럽게 여겨지던 물건이 하루아침에 가장 고급스러운 패션으로 바뀐 거죠.

요즘에도 유행이 시작되는 거 보면 응? 싶은 게 많은데 이 시대도 그랬겠네요ㅎㅎ 이렇게까지 유행할 줄 모르고 시작했을 텐데 저 시대 사람들 초상화 보면 죄다 하얀 소라빵 천지잖아요ㅋㅋㅋ

그런데 왕이 가발을 쓰니까 신하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당연히 다들 따라 썼어요. 감히 왕보다 풍성한 진짜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건 무례한 일이 됐거든요. 이렇게 프랑스 궁정에서 시작된 가발 유행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어요. 영국에는 찰스 2세가 프랑스에서 오랜 망명 생활을 하다 돌아오면서 이 유행을 그대로 들여왔고요. 한 사람의 탈모 콤플렉스가 대륙 전체의 패션을 바꿔버린 셈이에요.

그럼 요즘으로 치면 루이 13세가 완전 인플루언서였네요~ 유행의 시작을 만든 사람이요ㅎㅎ 본인은 그냥 머리 빠진 걸 가리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대륙 전체로 번질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 같아요.

왕이 쓰면 신하도 써야 했다. 그게 궁정의 법칙이었다.

— 17세기 유럽 궁정 문화의 한 단면

신분의 상징이 된 가발

루이 13세가 시작했다면 그 유행을 완성한 건 아들 루이 14세였어요. 루이 14세도 아버지처럼 젊을 때부터 머리가 빠졌는데 이 사실을 이발사 한 명 빼고는 아무한테도 안 들켰다고 해요. 그만큼 철저하게 가발로 감춘 거죠. 루이 14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어요. 왕실에 가발 장인을 무려 48명이나 두고 상황마다 다른 가발을 썼거든요. 전쟁터에 나갈 때 사냥할 때 연회에 갈 때 쓰는 가발이 다 따로 있었어요.

오.. 루이 14세도 머리가 많이 빠졌었네요 저는 몰랐어요! 전쟁터에 나갈 때도 가발을 챙겼다고요...? 헐ㅋㅋㅋ 그런 진지한 상황에서도 가발을 챙기다니 진짜 대단하네요..

이렇게 되니까 가발은 단순한 헤어스타일이 아니라 신분과 권력을 보여주는 물건이 됐어요. 가발이 크고 풍성할수록 더 높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 거죠. 그래서 다들 더 크고 더 화려한 가발을 원했고 가발을 만드는 장인은 왕실에서 가장 대접받는 기술자 중 하나가 됐어요.

그럼 이 화려한 가발은 대체 뭘로 만들었을까요. 이 부분이 좀 씁쓸한데요. 가장 좋은 가발은 사람의 진짜 머리카락으로 만들었어요. 그것도 주로 가난한 시골 여성들의 머리카락이었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거든요. 특히 시골 여성은 머리를 천으로 감싸지 않아 머릿결이 좋았고 길이도 길어서 인기가 많았대요. 반대로 남자 머리카락은 뻣뻣하고 잘 부스러져서 잘 안 썼고요. 큰 가발 하나를 만드는 데 사람 열 명 가까이의 머리카락이 들어갔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죠. 귀족이 쓴 그 우아한 가발 속에 가난한 시골 여성들의 머리카락이 담겨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이 대목에서 예전에 책에서 봤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남편 시계줄을 사줬던 아내 이야기 있잖아요ㅠㅠ 딱 그게 떠오르더라고요.. 진짜 가난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머리카락이라도 잘라 팔았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좋은 가발 하나 값이 지금으로 치면 수백만 원을 넘기도 했어요. 저렴한 건 말 털이나 염소 털을 섞어 만들었고요. 이 시대 가발은 그냥 패션 소품이 아니라 일종의 명품이었던 셈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어요. 가발이 순전히 허영심 때문에만 유행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사실 실용적인 이유도 꽤 컸어요. 그 시대는 위생이 나빠서 머리에 이가 정말 잘 꼬였거든요. 그런데 아예 머리를 밀어버리고 가발을 쓰면 이가 생겨도 가발만 벗어서 손질하면 되니까 관리가 훨씬 편했어요. 게다가 그 시대에 흔하던 병으로 머리가 빠지는 사람도 많았는데 가발이 그걸 자연스럽게 가려주는 역할도 했고요. 그러니까 가발은 멋도 내고 골칫거리도 해결해주는 일석이조 아이템이었던 거죠.

그리고 하긴 자주 안 씻고 머리도 잘 안 감던 시절이면 차라리 다 밀어버리고 가발을 쓰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어요. 그게 냄새도 덜 났을 것 같고요......ㅎ

NOTE

가발을 뜻하는 영어 페리위그(periwig)는 프랑스어 페뤼크(perruque)에서 왔어요. 이 말이 줄어들어 지금 우리가 쓰는 위그(wig)라는 단어가 됐답니다.

가발이 몰락한 이유

가발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 유행이 어떻게 사라졌는지예요. 그 전에 짚고 갈 게 하나 있어요. 18세기에는 가발에 하얀 분을 뿌리는 게 대유행이었어요. 우리가 초상화에서 보는 그 새하얀 가발이 바로 이 분을 뿌린 거예요. 앞에서 말한 하얀 소라빵이 딱 이거였던 거죠ㅎㅎ 그런데 이 분이 밀가루나 녹말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문제는 이 시기 유럽이 흉년으로 서민들이 먹을 밀가루조차 부족했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굶는데 귀족들은 그 귀한 밀가루를 머리에 뿌리고 다녔으니 민중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요. 이게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진 여러 불씨 중 하나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아이고.. 굳이 왜 밀가루를 머리에 뿌린 거였을까요? 진짜 서민들은 굶고 있는데 그 귀한 밀가루를 고작 머리에 뿌리는 데 썼다니.. 저 같아도 진짜 화났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침내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이 터졌어요. 혁명은 귀족 문화 자체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됐는데 가발은 바로 그 귀족 문화의 상징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혁명 이후에는 커다란 가발을 쓰고 다니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 됐어요. 나 귀족이오 하고 광고하는 꼴이었으니까요. 살아남으려면 오히려 가발을 벗어야 하는 시대가 온 거예요. 한때 신분의 상징이던 물건이 한순간에 위험한 표식으로 바뀐 거죠.

영국에서는 좀 다른 이유로 가발이 사라졌어요. 1795년에 가발에 뿌리는 분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거든요. 머리에 분을 바르려면 해마다 돈을 내고 허가증을 받아야 했어요. 그러자 굳이 세금까지 내면서 가발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가발 유행이 빠르게 식었어요. 재밌게도 세금을 내면서까지 계속 분을 바르던 사람들한테는 기니피그라는 우스운 별명이 붙었다고 해요. 허가증 값이 딱 1기니였거든요. 결국 세금 한 방이 수백 년 유행을 끝낸 셈이니 좀 허무하기도 하죠.

그치 혁명이 일어나고 나서는 귀족들이 큰 가발을 쓰기 어려웠겠네요. 그리고 머리에 분을 바르려면 허가증까지 받아야 했다고요?ㅋㅋㅋ 아 웃기다ㅋㅋ 진짜 별게 다 있네요.

돌이켜보면 가발의 역사가 참 재밌어요. 한 왕이 머리 빠진 걸 가리려고 쓴 게 대륙 전체의 유행이 됐다가 신분의 상징까지 됐는데 결국 혁명과 세금 앞에서 허무하게 사라졌으니까요. 지금 우리가 보기엔 그저 웃긴 소라빵 머리지만 그 안에는 권력과 허영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사연까지 겹겹이 담겨 있었던 거예요.

진짜 한 왕의 사소한 고민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을 강타하고 귀족의 상징까지 됐던 가발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네요. 역사는 볼수록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연도 사건
1624년 루이 13세가 탈모를 가리려 가발을 쓰기 시작
1660년대 루이 14세가 가발 문화를 전성기로 끌어올림
1700년대 유럽 전역 귀족 사회로 확산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가발이 구체제의 상징이 됨
1795년 영국이 가발 분에 세금을 부과

자주 묻는 질문

가발은 원래 프랑스에서 처음 생겼나요?

아니에요. 가발 자체는 고대 이집트 때부터 있었어요. 다만 남자들이 큰 가발을 쓰는 유행이 17세기 프랑스 궁정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예요.

루이 14세는 왜 가발을 썼나요?

아버지 루이 13세처럼 젊을 때부터 머리가 빠졌거든요. 그걸 가리려고 가발을 썼고 나중엔 아예 신분을 과시하는 도구로 발전시켰답니다.

가발은 무엇으로 만들었나요?

가장 좋은 건 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들었어요. 주로 가난한 시골 여성의 긴 머리카락을 썼고 저렴한 건 말이나 염소 털을 섞기도 했답니다.

가발이 위생에도 도움이 됐나요?

네. 머리를 밀고 가발을 쓰면 머릿니를 훨씬 쉽게 관리할 수 있었어요. 병으로 머리가 빠진 걸 가려주는 역할도 했고요.

가발 유행은 왜 끝났나요?

프랑스 혁명으로 귀족 문화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영국은 1795년 가발 분에 세금을 매겼어요. 이 두 가지가 겹치면서 빠르게 사라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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