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향수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사실 제가 향수를 엄청 좋아해서 향수 모으기가 취미거든요ㅎㅎ 그런데 모으다 보니까 유명하다는 향수들은 죄다 유럽 브랜드더라고요. 샤넬 디올 겔랑 조말론 딥디크... 왜 하필 유럽일까 궁금해서 향수의 기원을 파보기 시작했는데요. 파고 들어가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절박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나왔어요.

유럽 향수의 역사가 시작된 기원
향수를 뜻하는 영어 단어 퍼퓸은 라틴어 per fumum에서 왔어요. 뜻이 연기를 통해서라는 의미예요. 애초에 향을 태워서 연기로 냄새를 퍼뜨리는 방식에서 출발했다는 뜻이죠. 그런데 왜 유럽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향에 매달렸을까요.
당시 유럽을 지배했던 의학 이론이 미아즈마 이론이에요. 나쁜 공기와 악취가 병을 옮긴다는 믿음이었어요. 이게 얼마나 뿌리 깊었냐면 말라리아라는 단어 자체가 이탈리아어로 나쁜 공기라는 뜻에서 나왔을 정도예요. 논리는 단순했어요. 악취가 병을 만든다면 좋은 향은 병을 막아준다는 거죠. 방법은 완전히 틀렸지만 그 시대 사람들에겐 이게 최선의 방어책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등장한 물건이 포맨더예요. 어원은 프랑스어 pomme d'ambre인데 용연향을 넣은 사과라는 뜻이에요. 금이나 은으로 사과 모양 통을 만들고 그 안에 향료 덩어리를 채워서 목에 걸고 다녔어요. 경첩으로 반씩 열리는 구조였고 보석까지 박아 넣어서 부적 역할도 같이 했다고 해요. 실제로 튜더 왕조의 군함 메리 로즈호 난파선에서 회양목으로 만든 포맨더가 발굴되기도 했어요.
포맨더 이야기를 들으니까 저는 요즘으로 치면 약간 방향제가 생각나더라고요ㅎㅎ 저도 차에 걸어놓고 집에도 여기저기 방향제를 놔뒀거든요. 물론 지금은 임신 중이라 입덧 때문에 다 치워놨지만요ㅠㅠ 이게 참 서러운 게 임신을 하니까 좋은 냄새고 나쁜 냄새고 상관없이 그냥 다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어요ㅠㅠㅠ 그렇게 좋아하던 향수들이 지금은 뚜껑만 열어도 힘든 상태예요.
그래서인지 이 글을 쓰면서도 좀 아찔했어요. 씻지도 않은 몸에서 나는 악취를 가리려고 향수를 들이부었다니... 상상만 해도 저 토할 것 같아요ㅠㅠ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건 옛날 이야기만도 아니잖아요. 요즘에도 악취를 가리려고 향수만 듬뿍 뿌리는 사람들 있던데 그거 정말 화나요!! 악취가 싫으면 기본적으로 좀 씻으라고요! 향수는 원래 깨끗한 몸 위에 올리는 마지막 한 방울이어야 하는 거잖아요.
향수의 역사에서 진짜 전환점이 된 건 헝가리 워터예요. 유럽 최초의 알코올 베이스 향수로 알려져 있고 1370년쯤 헝가리 여왕 엘리자베트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져요. 주재료는 로즈마리였고 은둔 수도사가 여왕에게 처방을 바쳤다는 전설이 붙어 있어요. 여기서부터가 압권인데 70대였던 여왕이 이걸 꾸준히 쓰고 젊음을 되찾아서 훨씬 어린 남자한테 청혼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따라옵니다.
이 전설 정말 재밌지 않나요ㅋㅋ 어디 로맨스 소설에 나올 법한 소재네요. 물론 실제로 그랬을 리는 없겠지만요ㅎㅎ 근데 이런 이야기가 붙었다는 것 자체가 당시 사람들이 향수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회춘의 묘약이라는 소문이 붙을 만큼요.
헝가리 워터는 향수이면서 두통약이었고 발 씻는 물이었고 심지어 희석해서 마시는 강장제이기도 했어요. 지금 기준으로는 어이없지만 당시엔 만병통치약 취급을 받았던 거예요.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그 전까지 향수는 기름에 꽃을 재워 향을 옮기는 방식이라 무겁고 끈적했어요. 알코올을 쓰기 시작하면서 훨씬 가볍고 잘 퍼지는 향이 가능해졌고 제가 지금 모으고 있는 향수들의 구조가 여기서 시작된 겁니다.
유럽 향수의 역사 속 독살 사건
1533년 10월 28일 피렌체에서 온 열네 살짜리 소녀가 프랑스 왕자와 결혼해요. 이 사람이 훗날 프랑스 왕실을 쥐고 흔들게 되는 카트린 드 메디시스예요. 그런데 이 결혼이 향수의 역사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이 됩니다. 카트린이 시집오면서 개인 조향사를 통째로 데려왔거든요.
그 조향사 이름이 르네 비앙코인데 프랑스에서는 르네 르 플로랑탱이라고 불렸어요. 파리 퐁 오 샹주 다리 근처에 가게를 냈는데 여왕 전용 실험실이면서 동시에 파리 상류층을 상대하는 향수 가게였다고 해요. 그 전까지 프랑스 향수는 이탈리아를 못 따라갔는데 이 사람이 건너오면서 판도가 뒤집혔어요.
그리고 여기서 제가 진짜 반가웠던 이름이 나와요. 카트린을 위해 1533년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향수가 아쿠아 델라 레지나예요. 여왕의 물이라는 뜻이고요. 놀라운 건 이게 지금도 그 자리에서 팔리고 있다는 거예요. 거의 500년째요.
제가 산타 마리아 노벨라 향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ㅋㅋ 바디로션도 있고 향수도 있어요. 그중에 무스치오랑 프리지아를 특히 좋아하는데 다른 라인들도 시향해본 적 있는데 다 좋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아끼는 브랜드가 여기서 이렇게 튀어나오니까 너무 반가웠어요. 아쿠아 델라 레지나는 아직 안 맡아봤는데 이 글 쓰고 나니까 꼭 시향하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500년 전 여왕이 맡던 향을 지금 내가 맡을 수 있다는 게 좀 낭만적이잖아요.
카트린이 프랑스 궁정에 퍼뜨린 물건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향수 장갑이에요. 최고급 사치품이었고 왕실 선물로도 자주 쓰였어요. 그런데 이 물건이 생긴 이유가 좀 어이없어요. 당시 가죽 무두질에 동물 배설물을 썼거든요. 마감은 부드러워지는데 냄새가 지독했어요. 그걸 덮으려고 향을 입힌 게 시작이었던 거예요.
솔직히 이건 딱 봐도 제 스타일은 아닐 것 같아요ㅠ 저는 가죽 냄새나 쇠 냄새 계열이 좀 안 맞더라고요. 너무 진해서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랄까요. 가죽 장갑에서 향수 냄새가 훅 올라온다니 상상만 해도 지독할 것 같은데 그 시대에는 인기가 정말 좋았나 봐요ㅎ 결국 앞에서 한 이야기랑 똑같아요. 냄새를 못 없애니까 향으로 덮는다. 대상이 사람 몸에서 장갑으로 옮겨갔을 뿐이죠.
그리고 이 향수 장갑이 유럽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독살 소문의 주인공이 됩니다. 상대는 나바라 여왕 잔 달브레예요. 프랑스 신교도 세력의 지도자였고 카트린과는 종교적으로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이에요. 두 사람은 화해의 표시로 자식들끼리 결혼시키기로 합의를 했어요.
1572년 6월 4일 잔이 파리에서 결혼 준비를 하고 돌아와 몸이 안 좋다고 해요. 다음 날 고열이 나고 오른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고 닷새 뒤인 6월 9일 세상을 떠납니다. 마흔셋이었어요. 곧바로 소문이 돌았어요. 카트린이 조향사 르네를 시켜 독을 묻힌 향수 장갑을 보냈다는 이야기였죠. 이 소문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여왕 마고에 그대로 들어갔고 1881년에는 잔이 르네의 가게에서 장갑을 사는 장면이 그림으로까지 그려졌어요.
그런데 진실은 좀 허무해요. 실제로 부검이 이루어졌고 독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어요. 당시 의사들 진단은 폐 농양이었고 현대 기준으로는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현대 독성학자들도 고개를 저어요. 16세기에 구할 수 있던 독으로 장갑을 통해 사람을 죽이려면 접촉 시간도 길어야 하고 양도 많아야 해서 누가 봐도 티가 났을 거라는 거예요.
그럼 왜 다들 믿었을까요. 여기가 제일 소름 돋는 부분인데요. 그 시대엔 향을 만드는 기술과 독을 만드는 기술이 사실상 같은 지식이었어요. 증류하고 추출하고 배합하는 과정이 똑같으니까요. 조향사가 곧 독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거죠. 향수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건 좀 소름이네요. 내 향수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나를 죽일 수도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카트린은 무죄로 밝혀졌지만 소문은 400년 넘게 살아남았어요. 향수라는 물건에 원래 그런 서늘한 구석이 있었던 거예요.

유럽 향수의 역사와 향수 도시 그라스
프랑스 프로방스에 그라스라는 도시가 있어요. 지금은 세계 향수의 수도라고 불리는 곳인데 원래는 향수랑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이 도시는 가죽 무두질로 먹고살던 곳이었거든요. 앞에서 이야기한 그 지독한 냄새의 현장이 바로 여기예요.
향수 장갑이 유행하면서 장갑 제조업자들한테 향료가 대량으로 필요해졌어요. 그래서 도시 주변 언덕에 자스민이랑 오렌지 꽃 라벤더를 직접 심기 시작했는데 기후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가죽보다 향료가 훨씬 돈이 된다는 걸요. 무두질 도시가 향수 도시로 통째로 갈아탄 거예요. 1656년에는 루이 13세가 장갑과 향수를 만드는 장인들의 길드를 정식으로 인가해줘요. 길드 이름에 장갑과 향수가 같이 들어가 있다는 게 두 직업이 원래 한 몸이었다는 증거죠.
그라스에서 개발된 기술이 앙플뢰라주예요. 유리판에 냄새 없는 동물성 지방을 얇게 펴 바르고 그 위에 꽃잎을 한 장씩 손으로 올려놔요. 꽃잎이 시들면 걷어내고 새 꽃잎을 올리고 이걸 몇 주 동안 반복해서 지방이 향을 다 빨아들이면 그때 알코올로 향만 뽑아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자스민 같은 꽃은 열을 가하면 향이 망가져서 증류가 안 되거든요. 자스민 앱솔루트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꽃이 수백만 송이 필요하고 그것도 새벽에 손으로 따야 해요. 해가 뜨면 향이 날아가버리니까요.
저렇게까지 열심히 만든 향수는 대체 얼마나 향기가 좋았던 걸까요ㅋㅋ 진짜 궁금해지네요. 사실 저는 이 대목이 남 일 같지 않았어요. 저도 입시 준비할 때 하루에 열 시간씩 피아노를 쳤거든요. 한 마디를 백 번 천 번 반복하는 그 미련한 시간이요. 근데 그렇게 안 하면 절대 안 나오는 소리가 있어요. 새벽마다 꽃을 한 송이씩 따서 지방판에 한 장씩 올렸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이 사람들도 같은 종류의 미련함으로 만들었구나 싶었어요.
이 향수들이 흘러간 곳이 베르사유예요. 루이 14세는 조향사한테 요일마다 다른 향을 만들라고 시켰고 셔츠는 아쿠아 안젤리라는 향수로 헹궜어요. 침향이랑 육두구 정향 안식향을 장미수에 넣고 하루 밤낮을 끓인 물이었다고 해요. 1693년에 조향사 시몽 바르브는 책에서 이 왕을 가장 향기로운 왕이라고 불렀고요.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어요. 루이 14세가 말년에 두통이 심해지자 궁정에서 향수를 전부 금지시켜버립니다. 이거 너무 웃기지 않나요ㅋㅋ 그렇게 향수를 뿌리고 다니더니 결국 본인이 못 견딘 거잖아요. 근데 저는 이해가 가요. 향수는 적당히 뿌려야 향기롭지 과하게 뿌리면 안 뿌린 것만 못하거든요. 제 주변에도 향수로 샤워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옆에 있으면 진짜 머리가 아프더라고요ㅠㅠ 루이 14세는 그걸 궁전 전체 규모로 겪은 셈이니 오죽했을까요.
진짜 절정은 루이 15세 때예요. 이때 궁정 별명이 아예 향수 궁정이었어요. 매일 방마다 다른 향을 뿌리라고 명령했고 분수에 향수를 흘려보냈다는 기록까지 있어요. 퐁파두르 부인의 연간 향수 예산은 500리브르였는데 지금 가치로 약 6만 3500달러예요. 향수에만 쓰는 돈이요. 예산 장난 아니네요ㅋㅋ 그 정도면 궁금한 향이 있을 때 시향하러 갈 필요도 없이 그냥 다 사서 뿌려보면 되는 거잖아요. 향수 모으는 사람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부럽습니다ㅎㅎ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속 조향사는 장 루이 파르종이었어요. 여왕을 위해 만든 향수 이름이 시야주 드 라 렌인데 여왕이 지나간 자리라는 뜻이에요. 구성은 튜베로즈 자스민 오렌지 블로섬 백단 아이리스 삼나무였어요. 이거 뭔가 제 스타일일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향조들이 다 들어가 있거든요. 튜베로즈랑 자스민 오렌지 블로섬 아이리스 전부 제가 아끼는 노트들이에요. 300년 전 왕비랑 취향이 겹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 번쯤 꼭 맡아보고 싶네요ㅎㅎ
| 시기 | 사건 | 남긴 것 |
|---|---|---|
| 1370년경 | 헝가리 워터 등장 | 유럽 최초 알코올 베이스 향수 |
| 1533년 | 카트린 드 메디시스 프랑스로 | 이탈리아 조향술 유입 및 향수 장갑 유행 |
| 1572년 | 잔 달브레 사망 | 독 묻은 향수 장갑 소문 확산 |
| 1656년 | 장갑 및 향수 길드 인가 | 조향이 공식 직업으로 인정 |
| 18세기 | 루이 15세의 향수 궁정 | 프랑스 향수 가문들의 전성기 |
1791년 프랑스 혁명으로 500년 된 장갑과 향수 길드는 해체됐어요. 그런데 그라스는 살아남았고 지금도 세계 향수의 중심이에요. 샤넬이랑 디올 겔랑이 여전히 그라스에서 원료를 받아요. 샤넬은 아예 그라스에 전용 자스민 밭을 계약 재배로 확보해두고 있고요. 결국 악취를 가리려고 시작된 물건이 500년 만에 예술이 된 거예요. 다음에 향수를 고를 때는 이 긴 이야기가 한 번쯤 떠오를 것 같아요.
향수는 멋 부리려고 만든 물건이 아니라 악취를 견디려고 만든 물건이었어요. 그 절박함이 500년을 지나면서 예술이 됐고 지금 우리 화장대 위에 올라와 있는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출처 : Getty Iris 블로그 베르사유 궁정의 향수 문화 / Atlas Obscura 카트린 드 메디시스와 향수 장갑 / The Perfume Society 루이 14세 관련 기록 / World History Encyclopedia 잔 달브레 항목 / Odeuropa 유럽 후각사 프로젝트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