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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반려동물 (핫팩, 신분, 마녀)

미니55 2026. 8. 5. 21:41

목차


    중세 귀족들도 동물을 곁에 두고 살았어요. 근데 그 방식이 지금이랑은 사뭇 달랐어요. 강아지는 살아있는 핫팩이었고 매는 걸어다니는 재산이었고 고양이는.. 좀 억울한 시절을 보냈거든요. 오늘은 그 세 마리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중세 반려동물 강아지가 핫팩이 된 사연

    중세 후기 귀부인들 초상화를 보면 무릎에 조그만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이 참 많이 나와요. 지금 우리가 반려견 안고 있는 거랑 똑같아 보이죠. 근데 그 시절 강아지는 쓸모가 좀 달랐어요. 바로 살아있는 핫팩이었거든요.

    그때 귀족들이 살던 성은 겨울에 정말 추웠어요. 저도 친구가 키우는 강아지 안아본 적 있는데 따뜻하긴 하더라고요ㅎㅎ 그 시대에는 지금처럼 난방이 제대로 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처럼 보일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엄청 추웠겠네요ㅠㅠ 그럼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해요ㅎㅎ 원래 사람끼리도 붙어 있는 게 따뜻하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무릎에 쏙 들어오는 작은 개는 딱 좋은 온기 담당이었던 셈이에요. 실제로 이런 개들을 온기를 준다고 해서 컴포터 스패니얼이라 불렀고 서양에서는 아예 살아있는 뜨거운 물주머니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근데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이 작은 강아지가 벼룩받이 역할도 했다는 거예요. 사람 몸에 붙을 벼룩을 강아지가 대신 받아가도록 일부러 품에 두기도 했거든요. 헉 근데 벼룩이라고요?! 그렇게 귀여운 강아지들이 벼룩을 대신 가져가 주기도 했다니요.... 아 웃겨요ㅋㅋ 위생적으로 좋은 방법은 절대 아니지만 목욕도 잘 안 하던 시절이라 나름의 궁여지책이었던 거죠.

    이 작은 개는 온기만 준 게 아니에요. 신분과 부를 은근히 과시하는 패션 아이템이기도 했어요. 귀족답게 산다는 걸 눈에 보이게 드러내는 장치였던 거죠. 요즘에도 강아지들 예쁘게 꾸며 주잖아요ㅎㅎ 근데 그 시절엔 향수까지 뿌려 줬다니요~ 엘리자베스 1세의 무릎개는 향수를 뿌리고 곱게 단장해서 데리고 다녔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예요. 하긴 초상화 보면 강아지들 다 이쁘긴 하더라고요!!

    중세 반려동물 매가 곧 신분이던 시절

    귀족 남성한테 제일 귀한 동물은 강아지가 아니라 매였어요. 매사냥은 아무나 못 하는 취미였거든요. 매를 길들이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랑 돈이 들고 넓은 사냥터도 있어야 했어요. 제가 그 시대에 살았던 건 아니지만 매는 딱 봐도 돈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요ㅎㅎ 진짜 부를 자랑하기에 딱 적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매를 부린다는 것 자체가 나는 시간도 돈도 남아도는 사람이라는 증표였던 거죠. 근데 웃긴 게 시간도 돈도 남아도는 사람이라는 말이 웃겨요ㅋㅋㅋㅋ 아이고 돈이랑 시간 남아돌아서 아주 좋았겠어요~!

    재밌는 건 신분별로 어떤 매를 두느냐가 정해져 있었다는 이야기예요. 아 근데 매에도 등급이 있어요? 15세기에 나온 세인트 올번스의 책이라는 문헌에 황제는 독수리를 왕은 흰색 큰매를 기사는 또 다른 종을 두는 식으로 쭉 목록이 적혀 있어요. 그 시대 사람들은 신분별로 계급 나누기에 미쳐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매로도 계급을 나눴구나 싶어요. 다만 이건 딱딱한 법이라기보단 상징이나 관습에 가까웠다고 봐요. 목록에 실제로는 매사냥에 안 쓰는 새도 섞여 있어서 학자들은 이걸 신분별 성격을 빗댄 풍자처럼 읽기도 하거든요. 하긴 요즘에도 명품 같은 거 등급 매기고 뭐가 더 좋은 건지 따지는 거 보면 비슷한 건가 싶기도 해요.

    그래도 왕실이 쓰던 흰색 큰매만큼은 진짜로 아무나 못 넘봤어요. 이 매가 얼마나 귀했냐면 한 마리 값이 웬만한 성 하나랑 맞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예요. 헐.. 매 한 마리가 성 하나랑 맞먹었다고요? 미쳤어요. 약간 요즘 비싼 차들이 평범한 집보다 비싸고.. 그런 거랑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려나요? 그래서 왕끼리 선물로 주고받는 최고급 예물이 바로 이 매였어요. 남의 매를 훔치거나 해치면 아주 심하게 처벌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요.

    이렇게 하나하나 뜯어보면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 시대 사람들이 특이한 게 아니라 요즘의 우리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누구는 차로 누구는 가방으로 형편을 드러내는 지금이랑 매로 신분을 드러내던 그때가 사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죠.

     

    중세 반려동물 고양이가 쓴 마녀 누명

    이제 고양이 차례예요. 강아지랑 매는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고양이는 중세 유럽에서 참 힘든 시절을 보냈어요. 하필 마녀랑 악마의 동물로 찍혔거든요. 특히 검은 고양이가 그랬어요. 1233년에 교황이 낸 문서에도 검은 고양이를 악마랑 연결 짓는 내용이 실제로 담겨 있었어요.

    왜 하필 고양이였을까요. 고양이 눈동자가 세로로 길잖아요. 그게 당시 사람들 눈엔 악마의 눈처럼 보였대요. 밤에 눈이 번쩍번쩍 빛나는 것도 불길하게 여겼고요. 게다가 고양이는 사람을 졸졸 따르는 강아지랑 다르게 도도하고 제멋대로잖아요. 그 독립적인 성격마저 뭔가 수상하다고 본 거예요. 저는 솔직히.. 고양이보고 악마의 동물이라고 하는 거 좀 이해가 가요ㅠㅠ 왜냐하면 저도 고양이 좀 무서워하거든요. 애기 때는 진짜 귀여워요! 근데 커지고 나면 눈이 너무 무섭더라고요ㅠㅠ 막 빤히 쳐다보면 뭐라 해야 하나.. 진짜 무서워요ㅠㅠ 그 시대 사람들이 봐도 무서웠을 거예요. 저는 길에서도 고양이 나타나면 피해 다녀요ㅠㅡㅠ

    자 여기서부터가 진짜예요. 우리가 흔히 아는 이야기 있죠. 중세 사람들이 고양이를 마녀 동물이라며 떼죽음시켰고 그 바람에 쥐가 폭증해서 흑사병이 퍼졌다는 이야기요. 이거 사실 학자들 사이에선 근거가 거의 없는 이야기로 봐요. 놀랍게도 이 이야기 자체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에 인터넷에서 퍼진 비교적 최근의 창작에 가깝거든요. 에이 그치 그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양이를 떼죽음 시켰다는 건 아닐 거 같았어요. 요즘 막 자극적으로 이야기 지어내고 그런 거 많잖아요~ 이 고양이설도 그런 느낌 아니었을까요? 자극적인 이야기로 사람들 관심 끌려는 거요ㅎㅎ

    고양이가 흑사병을 불렀다는 이야기는 중세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이 짐작이 얼추 맞았어요. 일단 유럽 전역에서 고양이를 싹 쓸어버린 대학살이라는 사건 자체가 기록에 없어요. 흔히 말하는 그 유명한 고양이 대학살은 중세가 아니라 훨씬 뒤 근대 초의 일이고 흑사병이랑도 상관이 없고요. 날짜만 따져봐도 안 맞아요. 고양이를 악마로 엮은 그 교황 문서는 1233년인데 흑사병은 1347년이에요. 백 년도 넘게 차이가 나죠. 게다가 고양이를 딱히 박해하지 않았던 이슬람 지역이나 아시아에도 흑사병은 똑같이 퍼졌어요. 고양이는 번식도 워낙 빨라서 개체 수가 좀 줄어도 금방 회복되고요.

    그러니까 고양이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셈이에요. 사실 중세에도 고양이를 무조건 미워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쥐를 잘 잡는다고 귀하게 여긴 사람도 많았고 일부 수도원에서는 몇 안 되는 허락된 반려동물이 고양이였을 정도니까요. 저도 고양이를 무서워하긴 하지만 미워하지는 않아요! 괴롭히거나 그런 건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아마 고양이를 무서워한다고 해도 다들 저처럼 생각할걸요? 제가 무서워한다고 해서 고양이들이 나쁜 건 아니니까요ㅎㅎ 그냥 길에서 보면 슥- 피해 가면 끝인걸요ㅋㅋ

    이렇게 세 마리를 쭉 보다 보면 재밌어요. 똑같이 곁에 둔 동물인데 강아지는 사랑받고 매는 떠받들어지고 고양이는 누명을 썼으니까요. 그때 사람들이 유별났던 걸까요 아니면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은 걸까요. 저는 후자 쪽인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