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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 파리넬리 (목소리, 스타, 치유)

미니55 2026. 8. 15. 21:32

목차


    카스트라토 파리넬리 (목소리, 스타, 치유)

    천상의 목소리로 유럽을 사로잡은 가수 파리넬리. 근데 그 화려한 목소리 뒤에는 어린 나이에 모든 걸 잃은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목소리는 훗날 우울증에 빠진 왕을 치유하게 되죠.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의 빛과 그늘을 함께 들여다볼게요.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의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파리넬리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카스트라토가 뭔지 알아야 해요. 사실 저는 이 주제를 떠올리면 개인적인 기억이 하나 있어요.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보여주신 파리넬리 영화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거든요. 어린 마음에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특히 두 장면이 오래 남았는데 하나는 파리넬리가 그 시술을 받는 장면이었어요. 그때는 지금보다 어려서 정확히 이해하고 본 건 아니었는데 뭔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긍정적으로 충격이었던 건 역시 그 노래예요! 우리나라말로 하면 울게 하소서라는 그 곡을 거기서 처음 들은 것 같아요. 나중에 음대에 다니면서 성악과 친구들이 위클리 때 종종 부르는 걸 듣긴 했는데 중학교 때 들은 게 워낙 충격적이어서 그런가 아직도 울게 하소서 하면 파리넬리가 부르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거 같아요.

    카스트라토는 18세기 유럽 무대를 주름잡은 특별한 남성 가수를 말해요. 소년처럼 높고 맑은 음색을 그대로 지니면서 어른 남성의 크고 힘 있는 폐활량까지 갖춘 목소리였거든요. 그 둘이 합쳐지니 보통 사람은 낼 수 없는 넓은 음역과 엄청난 성량이 나왔어요. 파리넬리는 웬만한 가수보다 음을 일고여덟 개는 더 낼 수 있었다고 해요. 어릴 때는 변성기 오기 전 소년의 목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운 건가 싶었는데 유명한 소년합창단 합창곡을 들어보면 진짜 천사의 목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이 목소리가 만들어진 방식은 지금 생각하면 잔인해요. 변성기가 오기 전 어린 소년일 때 목소리가 변하지 않도록 되돌릴 수 없는 시술을 받았거든요. 자세한 과정은 굳이 그리지 않을게요. 중요한 건 이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어린 나이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거예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시대엔 교회나 무대에서 여성이 노래하는 게 금지된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높은 음역을 소화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 자리를 이 소년들이 채운 거예요. 게다가 가난한 집에서는 아들이 스타가 되면 집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에 이런 선택을 하기도 했어요.

    근데 여기서 제일 마음 아픈 사실이 있어요. 이렇게 많은 소년이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중 스타가 된 사람은 극소수였어요. 대부분은 화려한 무대 근처에도 못 가보고 평범하게 혹은 힘겹게 살았어요. 그걸 위해서 너무 잔인했던 것 같아요.. 한 사람의 인생이 오직 그 노래만을 위해 희생당하는 느낌이라ㅠㅠ 그리고 그렇게 노력했어도 스타가 못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니 더 안타깝네요... 파리넬리는 그 수많은 소년 중에서 정점에 오른 아주 예외적인 경우였던 거죠. 이 관습은 훗날 19세기에 결국 금지됐어요. 저도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때 들은 노래를 잊지 못하고 소년합창단 노래를 종종 찾아 듣는 걸 보면 진짜 천상의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유럽을 뒤흔든 스타 카스트라토 파리넬리

    파리넬리는 사실 무대 이름이고 본명은 카를로 브로스키예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고 후원해준 사람들의 성을 따서 파리넬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그리고 이 사람이 배운 스승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당대 최고의 성악 선생으로 꼽히던 니콜라 포르포라 밑에서 훈련을 받았거든요. 최고의 재능이 최고의 스승을 만난 셈이에요.

    열다섯 살에 로마에서 데뷔한 뒤로 파리넬리의 명성은 순식간에 이탈리아를 넘어 빈과 런던까지 퍼졌어요. 사람들은 그의 맑고 힘 있는 목소리와 화려한 기교 그리고 감정을 실어 나르는 표현력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특히 런던 시절이 흥미로운데요. 그 유명한 작곡가 헨델이 이끄는 오페라단과 경쟁하는 극단에 파리넬리가 소속돼 있었어요. 음악사에 남은 라이벌 구도 한복판에 그가 있었던 거예요. 오 헨델이랑 같은 시대에 활동했었구나 싶어요~

    파리넬리의 인기는 지금으로 치면 완전 월드클래스 아이돌이었어요. 공연장은 늘 사람으로 가득 찼고 그가 노래를 하면 관객들이 넋을 잃었어요. 어떤 여성 관객은 그의 목소리에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는 기록도 있고요. 저 같아도 파리넬리 노래를 직접 듣는다면 전율이 일어나서 막 소리 지르고 그랬을 수도 있어요...ㅋㅋ 왜냐하면 제가 콘서트에 가서 박효신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봤거든요? 물론 살짝 결이 다르지만 가수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니까 진짜 소름 끼치면서 짜릿하더라고요~ 근데 파리넬리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직접 들은 사람들이 부럽긴 하네요..ㅋㅋ 한 명의 가수를 보려고 유럽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 거예요. 목소리 하나로 시대를 사로잡은 진짜 슈퍼스타였죠.

    근데 화려한 인기 뒤에는 씁쓸한 그림자도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에는 열광하면서도 카스트라토라는 존재 자체를 조롱하기도 했거든요. 근데 진짜 사람들 웃겨요. 그렇게 열광하면서도 뒤에서는 살짝 무시했다는 거잖아요. 근데 무슨 느낌인지는 알 거 같기도 해요. 보통 귀족들이 많이 들었을 거 같은데 자기들은 파리넬리와는 다른 신분이라고 생각하면서 파리넬리를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그냥 노래를 들려주는 악기 정도로 생각했을 거 같아요ㅡㅡ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신이 내린 목소리와 남들과 다른 몸을 두고 뒤에서 수군대는 시선이 늘 따라다녔어요. 무대 위에선 세상 누구보다 빛났지만 무대 아래에선 그 빛만큼 짙은 외로움을 안고 살았던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영화에서 봤던 그 울게 하소서를 부르던 표정이 기억나거든요.. 너무 아름다운 목소리인데 정작 부르는 파리넬리는 슬퍼 보였어요.. 그래서 더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나 봐요.

    NOTE

    지금도 진짜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20세기 초에 녹음을 남긴 마지막 카스트라토 알레산드로 모레스키 덕분이에요. 음질은 오래됐지만 세상에서 사라진 그 목소리를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귀한 기록이라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아 듣는답니다.

    노래로 왕을 치유한 카스트라토 파리넬리

    파리넬리의 인생에서 가장 뭉클한 장면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그 무대를 내려온 뒤에 찾아와요. 인기의 정점에 있던 파리넬리는 1737년에 돌연 스페인으로 떠나요. 유럽을 뒤흔들던 슈퍼스타가 대중 앞을 떠나 한 나라의 궁정으로 들어간 거예요.

    그를 기다린 건 왕이었어요. 당시 스페인의 필리페 5세는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있었어요. 제대로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나랏일도 손에서 놓아버릴 만큼 심각했어요.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왕은 나아지지 않았죠. 그러다 한 의사가 음악이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며 파리넬리를 불러들이자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요. 파리넬리가 왕 앞에서 노래를 부르자 두 번째 곡이 끝날 무렵 왕이 눈에 띄게 마음이 움직였어요.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동한 왕은 파리넬리를 곁에 두기로 해요. 그때부터 파리넬리는 매일 밤 왕을 위해 노래를 불렀어요. 놀라운 건 거의 같은 곡들을 무대도 관객도 박수도 없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반복해서 불렀다는 거예요. 그것도 무려 십 년 가까이요. 계속 화려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 받으면서 살 수도 있었는데 왕을 위해서 십 년간 노래했다니 뭔가 대단해요.

    생각해보면 참 뭉클한 이야기예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박수를 받던 목소리가 이제는 관객 없는 방에서 오직 상처받은 한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울렸으니까요. 어쩌면 세상에 상처받으며 살아온 파리넬리였기에 마음이 무너진 왕을 누구보다 깊이 어루만질 수 있었는지도 몰라요. 우울증에 걸렸어도 역시 음악의 힘은 대단하죠ㅎㅎ 그래서 제가 음악을 사랑해요!

    파리넬리는 이후 스페인 궁정에서 오래 존경받으며 지냈고 마지막엔 부유하게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어요. 무대 위에선 조롱도 받고 외로움도 안고 살았던 사람이 결국 자기 목소리로 한 사람의 삶을 붙잡아준 거예요. 그래도 외로워 보였던 파리넬리의 삶이 비참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돼서 정말 다행이에요!ㅠㅠ 화려한 목소리의 카스트라토가 아니라 상처를 위로로 바꾼 한 사람으로 파리넬리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아요. 오늘 파리넬리에 관해 알아보면서 또다시 그 영화가 보고 싶어지네요ㅎㅎ 자기 전에 한 번 더 감상해야겠어요! 그래도 고향에서 부유하게 지냈다니까 기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가장 크게 상처받은 목소리가 결국 누군가의 상처를 가장 깊이 어루만졌어요. 어쩌면 그게 음악이 지닌 진짜 힘인지도 몰라요.

    화려한 무대의 스타로만 알던 파리넬리가 사실은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네요. 오늘 밤 울게 하소서를 한 번 찾아 들으면 그 목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릴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