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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의 패션
머리에 새장을 달고 다니던 시대의 이야기

머리에 새장을 달고 다녔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머리 장식은 화려하다 못해 살짝 황당할 정도예요ㅎㅎ 높이가 약 90센티미터에서 1미터 가까이 치솟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이 부풀린 머리를 푸프라고 불렀는데 푸프란 철사와 천 그리고 가짜 머리카락으로 속을 채워 높이 쌓아 올린 헤어스타일을 말해요. 그 안에 꽃이랑 깃털은 물론이고 배 모형이나 새장 같은 것까지 얹었고요. 실제로 벨 풀이라는 군함을 통째로 머리 위에 올린 유명한 스타일도 있었어요. 저는 꽃이랑 깃털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배 모형이랑 새장은 대체 왜 얹은 건지 그 시대 사람들의 미감을 도무지 못 따라가겠어요ㅋㅋ
이 머리 장식이 워낙 높다 보니 마차에 탈 때마다 몸을 잔뜩 숙여야 했고 천장이 낮은 방에는 아예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대요. 저는 이 대목에서 진짜 웃음이 터졌어요. 대체 누가 이런 걸 하고 다니나 싶은데 그때는 이게 최신 유행이었다니 저의 미감으로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네요ㅋㅋㅋ
사치가 아니라 인플루언서였다
그런데 마리 앙투아네트의 패션이 단순한 사치만은 아니었던 이유가 있어요. 그 화려한 옷차림이 프랑스 패션 산업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했거든요. 왕비가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면 귀족들이 앞다퉈 따라 샀고 그게 프랑스 직물 산업이랑 디자이너들한테 어마어마한 수요를 만들어줬어요.
이쯤 되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 시대의 인플루언서였던 셈이에요ㅎㅎ 저는 왕비가 프랑스 패션 산업을 키운 장본인이었다는 게 좀 의외였어요. 그녀의 전담 디자이너였던 로즈 베르탱은 최초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는 사람이에요. 왕비의 헤어드레서였던 레오나르와 함께 그 유명한 푸프 머리를 만들어낸 것도 이 사람이고요. 파리가 지금까지 패션의 중심지로 불리는 뿌리를 바로 이 두 사람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도 저는 머리에 새장을 얹는 것만큼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되지만요ㅋㅋ

코르셋 — 결혼식 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패션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코르셋이에요. 정확히 이 시대에는 스테이라고 불렀는데 스테이란 고래 뼈나 나무를 촘촘히 넣어 상체를 원뿔 모양으로 딱 잡아주던 속옷이에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린 시절부터 이 스테이를 입었어요. 흔히 알려진 허리 20인치 조이기 같은 극단적인 방식은 사실 한참 뒤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한 태이트레이싱 이야기라 시대가 좀 달라요. 태이트레이싱이란 끈을 있는 힘껏 당겨 허리를 비정상적으로 가늘게 만드는 방식을 말해요.
저도 얼마 전에 결혼하면서 드레스 입을 때마다 코르셋을 입었거든요ㅠㅠ 코르셋 입고 아 힘들다 진짜 숨쉬기 힘드네 하고 있는데 뒤에서 이모님이 이제 코르셋 조일게요 하시는데 아찔했어요. 저는 이미 힘든데 그게 조이기 전이었다니ㅋㅋㅋㅋ 본식 때는 진짜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요. 숨도 깔짝깔짝 쉬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근데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그 시대 여자들은 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살았다는 거잖아요. 헉 정말 상상도 하기 싫네요.
실제로 코르셋을 오래 착용하면 갈비뼈가 변형되거나 내장이 눌릴 수 있다는 게 여러 의학사 연구에서 지적돼요. 영국 과학박물관의 의학사 자료에서도 장기간의 코르셋 착용이 호흡과 소화에 무리를 줬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아름다움을 위해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버텨야 했던 셈이죠.
패션이 그녀의 갑옷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패션은 결국 정치적인 무기가 되기도 했어요. 그녀는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궁정에서 알게 모르게 배척당했거든요. 저는 영화에서도 살짝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다른 나라에서 온 어린 왕비니까 앞에서는 왕비 대접을 해줘도 속으로는 얼마나 무시했겠어요. 마리 앙투아네트도 그 공기를 다 느꼈겠죠.
그러니까 저는 그녀가 패션으로 자신을 인정받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려한 옷차림이 자신을 지키는 갑옷 같은 역할을 했던 거예요. 지금 우리가 중요한 자리에 잘 차려입고 나가는 것과 똑같아요. 그녀한테 패션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죠. 그래서 나온 게 그 새장 머리라는 거고요ㅋㅋㅋㅋ
프랑스 베르사유궁 공식 자료에서도 로즈 베르탱이 왕비에게 패션 자문 역할을 하며 궁정에서 비공식 패션 장관으로 불렸다고 소개하고 있어요. 여기서 패션 장관이란 실제 관직이 아니라 그만큼 왕비의 옷차림과 유행을 좌우하는 힘이 컸다는 뜻으로 붙은 별명이에요. 왕비의 패션이 단순한 취향을 넘어 하나의 권력이자 언어였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죠.
이렇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패션을 들여다보면 사치스러운 왕비라는 이미지가 조금은 달라져요. 낯선 나라에서 인정받으려 했던 어린 소녀의 생존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지나쳤던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요. 저는 역사를 공부하다 이렇게 한 사람을 입체적으로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 제일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