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가서 음식 나오면 먹기 전에 인증샷 찍는 거 저만 그러는 거 아니죠? 인증샷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 ㅎㅎ 그런데 중세 유럽에서도 이거랑 비슷한 문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시대에는 카메라는 없었지만 남들에게 보여주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해요. 중세 귀족들의 식사 문화를 보다가 인증샷부터 남기는 요즘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중세 귀족들의 식탁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중세 귀족들한테 연회는 단순히 밥 먹는 자리가 아니었어요. 권력을 과시하는 무대였거든요. 얼마나 희귀하고 좋은 재료를 쓰느냐, 식탁이 얼마나 풍성하느냐가 그 사람의 위치를 보여주는 거였어요. 비싸고 좋은 걸로 자랑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긴 하죠.
그러다 보니 진짜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는데요. 백조나 공작을 통째로 구운 다음에 깃털을 다시 붙여서 식탁에 올리는 거예요. 살아있는 것처럼 포즈를 잡아서요. 먹으려고 만든 게 아니라 보여주려고 만든 거예요. 그거 준비하는 사람들은 무슨 고생이에요 진짜 ㅋㅋ 요리사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 싶어요.
이 부분도 진짜 신기한데요. 중세엔 설탕이 엄청나게 비쌌어요. 그 시대엔 설탕이 향신료만큼이나 귀한 물건이었거든요. 그래서 귀족들이 설탕으로 조각품을 만들어서 식탁에 올려뒀어요.
성이나 동물 모양을 정교하게 만들어서 식탁 한가운데 놓아두는 거예요. 근데 이걸 먹으면 안 됐어요. 그냥 전시용이에요. 지금도 설탕 공예 보면 진짜 신기하고 대단하다 싶은데, 그 시대였으면 얼마나 더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을까요. 손님들이 입 벌리고 구경만 했을 것 같아요.
식탁 위의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눈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 중세 유럽 연회 문화의 본질
중세 귀족 요리의 특징 중 하나가 향신료를 엄청나게 많이 넣는다는 거예요. 후추, 계피, 생강, 정향이 한 요리에 다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맛 때문이 아니라 향신료가 비쌌기 때문이에요. 향신료 많이 넣었다는 게 곧 돈 많이 썼다는 얘기거든요. 솔직히 후추를 그렇게 많이 넣으면 맛있긴 할지 모르겠는데 ㅎㅎ 재료 자랑이 목적이었으니까 맛은 부차적인 문제였던 거예요.
후추 1kg이 소 한 마리 값과 맞먹던 시절이 있었어요. 중세 유럽엔 향신료가 동방에서 엄청난 거리를 거쳐서 들어왔거든요. 지금 우리가 마트에서 몇천 원에 사는 후추가 그때는 진짜 귀한 물건이었던 거예요. 이 향신료 무역로를 개척하려는 욕심이 결국 대항해 시대를 열었답니다.
귀족들이 저렇게 먹는 동안 같은 시대 평민들은 귀리죽이랑 빵, 채소 수프가 전부였어요. 고기는 명절에나 볼 수 있었고요. 같은 하늘 아래 이렇게 다른 식탁이 있었다는 게 진짜 씁쓸하지 않나요. 중세 역사를 보다 보면 화려한 귀족 이야기 뒤에 항상 이런 현실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 구분 | 귀족의 식탁 | 평민의 식탁 |
|---|---|---|
| 주식 | 흰 밀빵 · 고기류 | 거친 보리빵 · 귀리죽 |
| 단백질 | 소 · 돼지 · 사슴 · 백조 · 공작 | 고기는 명절에만, 주로 콩류 |
| 향신료 | 후추 · 계피 · 정향 아낌없이 | 소금도 귀한 시절 |
| 디저트 | 설탕 조각품 · 마지팬 | 꿀이 있으면 행운 |
| 음료 | 와인 · 스파이스 와인 | 묽은 맥주 · 물 |
그나마 평민들 식탁에서 재밌는 게 하나 있는데요. 당시엔 물이 오염된 경우가 많아서 맥주나 와인을 물 대신 마셨어요. 아이들도요. 알코올 도수가 1~2% 정도로 엄청 낮은 거였지만, 중세 아이들이 맥주 마시고 학교 갔다는 게 좀 웃기기도 하죠 ㅎㅎ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중세 귀족들은 포크가 귀해서 기본적으로 손으로 먹었어요. 아무리 귀족이라도요. 대신 빵으로 그릇처럼 만든 트렌처(trencher)라는 게 있었어요. 딱딱하게 구운 빵 위에 음식을 올려서 먹는 건데, 다 먹고 나면 그 빵도 먹거나 가난한 사람들한테 나눠줬어요.
일회용 그릇을 먹을 수도 있는 거예요. 처음 이 얘기 들었을 때 진짜 아이디어 넘친다 싶었어요. 요즘 먹을 수 있는 컵이나 그릇이 새로운 트렌드처럼 나오는데, 중세에 이미 있었던 발상이었던 거예요.
음식으로 신분을 과시하는 건 중세에만 있었던 문화가 아닌 것 같아요. 형태는 달라도 좋은 걸 먹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시대를 넘어 똑같은 것 같거든요. 근데 같은 시대 평민들 식탁 생각하면 좀 씁쓸하긴 해요.
다음엔 중세 귀족들의 식사 예절이 어땠는지 더 얘기해볼게요. 손으로 먹으면서도 나름 엄격한 규칙이 있었거든요. 지금 우리 식탁 예절의 뿌리가 여기서 시작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