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큰 사건이나 유명한 인물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저는 그 시대 사람들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이런 상상을 자주 해보거든요.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TV도 없었을 텐데, 쉬는 날 뭘 하면서 놀았을까요?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다양한 놀이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중 일부는 지금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랑 연결돼 있어서 더 재밌었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중세 평민들이 즐겼던 놀이 중에 지금의 축구랑 비슷한 게 있었어요. 돼지 방광에 공기를 불어넣어서 공처럼 만들어 차는 거예요. 지금 시선으로 보면 좀 신박하죠 ㅎㅎ 규칙도 따로 없고, 그냥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발로 차는 거였어요. 골대도 없고 팀도 애매하고요.
근데 규칙이 없으니까 진짜 위험했어요. 지금도 축구하다 보면 승부욕 생겨서 격해지는 경우 많잖아요. 규칙 있는 지금도 그런데 규칙 없이 했으면 어땠겠어요. 사망자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대요. 그래서 영국에서는 1314년에 왕이 축구를 금지하는 법령을 내렸어요. 금지시킬 만도 하죠. 근데 사람들이 그냥 계속 했다고해요ㅠㅠ 금지령이 있었는데도 몇 세기 동안 계속 즐겼고, 결국 19세기에 규칙이 생기면서 지금의 축구가 된 거예요.
중세 시대 배경 영화들을 보면 귀족들이 체스 두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그때 유행하던 놀이가 맞아요. 근데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게임은 아니었어요. 귀족들한테 체스는 전쟁 전략을 훈련하는 도구였거든요. 말(기사), 성(루크), 왕, 폰(병사) 같은 체스 말들이 실제 전쟁의 진형을 그대로 따온 거예요.
귀족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체스를 배웠는데, 이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교육의 일환이었어요. 체스를 잘 둔다는 건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증거였고요. 체스의 기원은 6세기 인도인데, 페르시아를 거쳐 아랍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어요. 지금의 체스 말 이름들이 이때 유럽식으로 바뀐 거랍니다.
놀이는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줍니다.
— 중세 유럽 놀이 문화 연구자들의 관찰
주사위 도박이 중세에 엄청나게 유행했어요. 귀족이든 평민이든 신분 상관없이 다들 즐겼거든요. 술집에서 주사위 굴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어요.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 게임에서 도파민 느끼는 것처럼, 그 시대엔 주사위가 그 역할을 한 거예요. 심지어 기사들이 전쟁터에서도 주사위를 들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어요.
문제가 생긴 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전 재산을 잃었기 때문이에요. 땅을 날리고, 옷을 날리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노예로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교회에서 도박을 금지하고 왕들도 법령을 내리기 시작했어요. 근데 축구랑 마찬가지로 그냥 계속 했어요 ㅋㅋ 금지시켜도 안 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봐요.
마을 대항전. 규칙 없음. 너무 과격해서 1314년 금지됐지만 아무도 안 지켰어요
전쟁 전략 훈련용. 귀족 자녀 필수 교양이었어요. 인도에서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해졌어요
신분 불문 전 국민 취미. 그 시대의 도파민이었어요. 금지해도 아무도 안 지켰답니다
말 타고 창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경기. 로판웹툰에서 보는 그 장면이 여기서 나왔어요
로판웹툰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한테 손수건을 주고, 기사가 그 손수건을 창에 달고 경기장에 나가는 장면이요. 이게 진짜 중세에 있었던 문화예요. 마상 시합(토너먼트)은 귀족들한테 지금의 스포츠 경기 같은 거였어요.
말을 타고 긴 창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경기인데, 잘하면 상금도 받고 이름도 알릴 수 있었어요. 관중들이 몰려들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기사한테 손수건이나 리본을 건네주는 문화가 있었어요. 연애편지 글에서 얘기한 궁정 연애 문화랑도 연결되는 게, 기사가 마상 시합에서 용맹함을 보여주는 게 구애의 방법 중 하나였거든요. 웹툰에서 보던 장면이 역사에서 나왔다는 게 재밌지 않나요 ㅎㅎ
중세 놀이 중 지금도 남아있는 게 꽤 있어요. 체스는 그대로 이어졌고, 돼지 방광 축구는 규칙이 생겨 현대 축구가 됐어요. 양궁, 레슬링, 수영 경기도 중세 축제에서 인기 있던 종목이었는데 지금도 올림픽 종목이에요.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의 놀고 싶은 본능인 거죠.
전쟁이 많고 힘든 시대였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즐길 방법을 찾았어요. 돼지 방광으로 축구하고, 주사위 굴리고, 체스 두고. 힘들 때일수록 더 놀고 싶은 마음은 시대를 넘어 똑같은 것 같아요.
다음엔 중세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알았는지 얘기해볼게요. 시계가 없던 시대에 해시계, 물시계, 교회 종소리로 하루를 맞춰가던 이야기가 꽤 흥미롭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