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음유시인은
그 시대의 연예인이었다
노래가 뉴스가 되고, 시가 고백이 되던 시대
저는 음악을 전공한 역사덕후라서 중세 음악 이야기가 더 반갑더라고요. 타번 글이랑 시장 글에서 음유시인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오늘은 제대로 다뤄보려고 해요. 그냥 노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대 연예인이자 기자였거든요. 찾아보면서 더 재밌었어요.
중세 유럽에서 음유시인을 트루바두르(Troubadour)라고 불렀어요. 12~13세기 남프랑스에서 시작된 문화인데, 시와 음악을 결합해서 사랑, 전쟁, 기사도를 노래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연애편지 글에서 나왔던 그 시 문화랑 직결돼요.
인기 있는 트루바두르는 지금의 유명 가수랑 비슷한 대우를 받았어요. 귀족들이 서로 자기 성에 데려오려고 경쟁했고, 좋은 대우를 받으며 성에 머물렀어요. 반면 인기 없는 음유시인은 타번과 장터를 떠돌며 동전을 모았어요. 지금 인디 뮤지션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ㅎㅎ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 세계 소식을 알 수 있는데, 중세엔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소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랐거든요. 음유시인들이 돌아다니면서 노래로 뉴스를 전했어요.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났는지, 왕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누가 누구랑 결혼했는지 같은 소식이 노래로 퍼졌어요. 지금 생각으로는 불편하다 싶은데, 거의 한 마을에서 사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 시대 사람들은 불편하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왕이나 귀족에 대한 풍자 노래도 있었어요. 지금으로 치면 정치 풍자 유튜브 같은 거예요. 물론 너무 심하게 비판하면 위험했어요. 잡히면 혀를 잘리거나 추방당하는 벌을 받기도 했거든요. 그래도 은근한 풍자는 묵인하는 분위기였답니다.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기억이었고, 역사였으며, 때로는 혁명의 씨앗이었어요.
— 중세 음악 문화의 역할에 대한 평가중세 음악이 다 같은 게 아니었어요. 귀족과 평민이 즐기는 음악이 달랐거든요.
사랑, 기사도, 전쟁을 주제로 했어요. 섬세한 악기 반주와 함께 했고 가사가 중요했어요. 성에서 주로 공연했어요
타번과 장터에서 사람들이 신나게 춤추는 음악이에요. 가사보다 리듬이 중요했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었어요
근데 이 두 문화가 완전히 분리된 건 아니었어요. 귀족 자제들이 타번에서 평민 음악을 즐기기도 했고, 인기 있는 민속 멜로디가 궁정 음악에 영향을 주기도 했어요. 음악은 언제나 계급을 넘나드는 법이니까요 ㅎㅎ
지금 우리가 쓰는 악보 기보법이 중세 수도원에서 만들어졌어요. 11세기 이탈리아 수도사 귀도 다레초가 선율을 기보하는 방법을 체계화했는데, 지금 우리가 아는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여기서 나왔어요. 여성 편에서 힐데가르트 폰 빙엔 이야기를 했는데, 그녀도 수많은 성가를 작곡한 중세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이었어요.
교회 음악은 그레고리안 성가로 유명한데, 저는 이 성가를 정말 좋아해요!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으면 진짜로 중세 시대가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역사 공부하면서 중세를 상상할 때 배경음악처럼 들리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바로 들을 수 있으니까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세요.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를 지금 내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이름은 성 요한 찬가의 각 절 첫 음절에서 따왔어요. Ut(도), Re(레), Mi(미), Fa(파), Sol(솔), La(라)가 그 기원이에요. 지금 우리가 노래 수업에서 당연하게 쓰는 음계가 중세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거랍니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게, 음악이 가진 힘 같아요.
— 중세 음악을 공부하면서타번에서, 장터에서, 궁정에서, 수도원에서 — 중세 어디서나 음악이 있었어요. 뉴스를 전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신에게 기도하는 모든 곳에 음악이 함께였던 거예요. 지금 우리가 이어폰 끼고 음악 듣는 것처럼, 그 시대 사람들도 음악 없이는 못 살았던 것 같아요.
다음엔 중세 유럽의 교회와 수도원 이야기를 해볼게요. 중세 사람들의 삶에서 교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수도원이 학교이자 병원이자 도서관이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