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편에서 중세 유럽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 독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럼 그 시대 의사들은 어떻게 치료를 했을까요? 찾아보다가 솔직히 이건 치료가 됐을까 싶은 방법들이 나왔어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의학이 여기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을지 새삼 느껴지는 이야기예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중세 의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점성술을 공부해야 했어요. 지금으로 치면 의대에서 별자리 수업을 필수로 듣는 것 같은 거예요. 황당하게 들리지만 당시엔 아주 진지한 이야기였어요. 사람의 몸이 우주와 연결돼 있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환자가 오면 먼저 별자리를 확인했어요. 어떤 별자리 아래서 태어났는지, 지금 행성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고 치료 방법을 결정했어요. 수술 날짜도 별자리를 보고 정했어요. 이러니까 역사에서 왕들이 의료 시술을 받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것 같아요. 치료를 받는 게 오히려 더 위험했을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소변 색깔과 냄새, 심지어 맛까지 봤어요. 소변 상태로 거의 모든 병을 진단하려 했답니다
맥박을 재는 건 지금이랑 비슷해요. 다만 해석 방법이 달랐어요. 맥박으로 체액 균형을 판단했거든요
환자의 별자리와 행성 위치를 확인했어요. 의대 필수 과목이었답니다
혈액·점액·황담즙·흑담즙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고 봤어요. 다이어트 글에서 나온 그 이론이에요
이게 진짜 황당한 이야기인데요. 중세에 수술은 의사가 하지 않았어요. 이발사가 했거든요. 지금 들으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어요. 당시 의사들은 칼을 직접 대는 게 격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의사는 지식인이니까 손을 더럽히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근데 그럼 의사랑 이발사가 왜 직업이 따로 있었을까 의문이 생기죠. 이발사는 실제 수술을 했고 의사는 진단만 했어요. 이발사는 발치, 사혈, 상처 봉합 같은 실제 시술을 담당했고, 의사는 별자리 보고 처방을 내리는 역할이었던 거예요. 지금도 이발소 앞에 빨강·파랑·흰색이 돌아가는 기둥이 있잖아요. 그게 사실 혈액과 붕대를 상징하는 거예요. 이발사가 수술도 했던 시대의 흔적이랍니다.
이발소 앞에 있는 빨강·파랑·흰색 나선형 기둥(바버폴)은 중세 이발사 외과 의사의 상징이에요. 빨강은 동맥 혈액, 파랑은 정맥 혈액, 흰색은 붕대를 뜻해요. 지금은 그냥 이발소 표시가 됐지만 원래는 수술을 한다는 의미였답니다.
흑사병 편에서 잠깐 언급한 새 부리 마스크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흑사병이 돌았을 때 의사들이 쓴 그 마스크가 왜 새 부리 모양이었냐면요. 당시엔 병이 나쁜 냄새, 즉 독기를 통해 퍼진다고 믿었거든요. 그래서 나쁜 냄새를 차단하면 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새 부리 안에 향초나 허브, 꽃 같은 걸 가득 채워 넣었어요. 지금 우리가 코로나19 때 마스크 쓴 것처럼 그 시대 나름의 방역 장비였던 셈이에요. 실제로 흑사병 예방 효과는 거의 없었지만,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마음은 지금이랑 똑같았던 거예요. 방법은 완전히 틀렸지만 그 마음은 이해가 가는 것 같아요.
그들은 틀린 방법으로 옳은 일을 하려 했습니다. 병을 막으려는 마음은 지금이랑 다르지 않았어요.
— 중세 의학의 한계와 노력에 대한 평가
중세 여성 글에서 트로툴라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요. 12세기 이탈리아 살레르노에서 활동한 여성 의사예요. 당시로선 정말 드문 경우였어요. 공식 의과대학에서 여성이 공부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럼에도 트로툴라는 산부인과와 여성 질환에 관한 책을 써서 수백 년 동안 유럽 의학 교육에 쓰였어요.
별자리로 진단하고 이발사가 수술하던 시대에 이런 인물이 나왔다는 게 더 대단하게 느껴져요.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지요.
별자리로 병을 진단하고 이발사가 수술을 하던 시대.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데, 그 시대 사람들은 자기들이 아는 최선을 다했던 거예요. 중세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오늘 내용은 그 생각이 좀 바뀌게 만드네요.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는 시대였으니까요. 현대 의학이 이만큼 발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을지, 그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예요.
다음엔 중세 유럽의 시장 문화를 얘기해볼게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장날이 얼마나 큰 행사였는지, 거기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