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이힐의 기원이 화장실과 관련 있다는 게 사실일까요
베르사유 궁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는데요. 이 글 쓰면서 환상이 좀 깨졌어요 ㅋㅋ 이 블로그에서 베르사유 이야기를 했을 때 귀족들이 화분에 볼일을 봤다는 걸 언급했는데, 사실 그게 특별한 게 아니었어요. 중세 유럽 전체 화장실 사정이 그랬거든요. 오늘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읽다 보면 현대에 태어난 게 진심으로 감사해질 거예요.

중세 성에는 가디로브(Garderobe)라는 화장실이 있었어요. 성벽에 작은 방을 만들고 바닥에 구멍을 뚫어놓은 거예요. 그 구멍 아래로 해자나 강이 흐르면 그냥 떨어지는 방식이었어요. 어떤 냄새였을지 상상도 하기 싫은데, 그게 그 시대 최고급 시설이었던 거예요.
재밌는 건 가디로브에 옷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암모니아 냄새가 벌레를 쫓는다는 이유에서였거든요. 그리고 이 가디로브에서 지금 영어의 워드로브(Wardrobe, 옷장)라는 단어가 나왔어요. 화장실에서 옷장이라는 단어가 생겼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성 안은 그나마 나았어요. 도시 길거리가 더 문제였거든요. 오물을 창문 밖으로 버리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버리기 전에 "가드로!" 라고 소리를 질러서 아래 지나가는 사람한테 경고를 했는데, 그래도 맞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지금도 공중화장실에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그건 밀폐된 공간이라도 그런 거잖아요. 아예 길거리에다 버렸으면 냄새도 냄새지만 벌레도 엄청났을 거예요. 그 시대 길을 걷는다는 게 진짜 최악이었을 것 같아요. 저라면 집 밖으로 절대 못 나갔을 것 같아요 ㅠㅠ
중세 파리의 어느 거리는 오물이 너무 쌓여서 말이 지나가지 못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 중세 유럽 도시 위생 관련 역사 기록
하이힐 하면 패션 아이템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기원 중 하나로 꽤 유명한 설이 있어요. 오물을 피하려고 굽 높은 신발을 신었다는 거예요. 길거리에 오물이 넘쳐나니까 발이 안 닿게 하려고 굽을 높였다는 이야기예요.
물론 이게 유일한 기원은 아니에요. 승마할 때 굽을 달았다는 설도 있고, 귀족들이 신분을 과시하려고 높이를 경쟁했다는 설도 있어요. 어떤 게 진짜인지는 지금도 논란이 있지만, 오물 피하려다 패션이 됐다는 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운 것 같아요 ㅎㅎ
길거리 오물을 피하려고 굽을 높였다는 설. 제일 유명하지만 논란이 있어요
말 탈 때 등자에 발이 걸리지 않으려고 굽을 달았다는 설이에요
귀족들이 높이를 경쟁하면서 굽이 점점 높아졌다는 설이에요
처음엔 남성용이었어요. 루이 14세도 빨간 굽 신발을 즐겨 신었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데, 이 이야기를 알고 나면 환상이 좀 깨지기도 해요. 그 화려한 궁전에 화장실이 제대로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궁전이 너무 빠르게 지어지면서 하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든요.
수백 명의 귀족이 궁전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으니 계단 구석이나 화분이 그 역할을 했던 거예요. 글자만 봐도 냄새가 나는 것 같죠 ㅋㅋ 그 화려한 궁전이 사실 냄새로 가득했다는 게 역사의 아이러니인 것 같아요.
중세 영국에서 오물 수거를 담당하던 사람들을 '나이트 소일 맨(Night Soil Man)'이라고 불렀어요. 밤에 몰래 다니면서 오물을 수거해 농경지 비료로 팔았거든요. 더럽지만 수입이 꽤 좋았고 나름의 순환 경제였던 셈이에요.
화려한 겉모습 뒤에 어떤 현실이 있었는지,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이에요.
— 중세 유럽 일상사를 공부하면서이 글을 쓰면서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세식 화장실, 하수 시스템, 위생 관념이 이만큼 높아진 게 얼마나 대단한 발전인지요. 중세에 살고 싶다는 상상은 이 글 읽고 나서 좀 접어두게 됐어요 ㅎㅎ
다음엔 중세 유럽의 흑사병 이야기를 해볼게요. 유럽 인구 1/3을 앗아간 그 사건이 실제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