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합스부르크 가문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약 600년 동안 유럽 절반을 지배했던 어마어마한 왕가예요. 오스트리아, 스페인, 헝가리, 보헤미아, 한때는 멕시코까지 다스렸습니다. 근데 이 대단한 가문이 결국 스스로 망해버렸다니 믿겨지시나요? 그 이유가 진짜 황당해요. 너무 결혼을 가족끼리 해서 가문이 끝나버린 겁니다. 저는 이 이야기 처음 들었을 때 신기하고 충격적이라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 오늘은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합스부르크 가문이 왜 그렇게 결혼에 집착했는지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보통 중세 유럽에서 영토를 늘리려면 전쟁을 해야 했습니다. 근데 합스부르크는 좀 달랐어요. 전쟁보다는 결혼으로 영토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합스부르크의 아들이나 딸을 다른 왕가에 시집보내고 그쪽 후계자가 죽으면 자연스럽게 합스부르크가 영토를 상속받는 방식이에요. 전쟁 한 번 안 하고 결혼 한 번으로 나라를 얻는 셈이죠. 이게 너무 잘 먹혀서 당시 유럽에 유명한 말이 하나 있었어요.
다른 나라들은 전쟁을 하라.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그대는 결혼하라.
— 합스부르크 가문의 결혼 정책을 풍자한 말
이런 식으로 영토를 늘리다 보니 합스부르크 가문은 점점 더 커졌어요. 16세기에는 카를 5세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신성로마제국,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절반, 신대륙 식민지까지 다 가지게 됐습니다. 진짜 어마어마했죠. 근데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가문이 너무 커지니까 이런 고민이 생긴 거예요. 다른 가문이랑 결혼하면 그쪽으로 영토가 넘어갈 수 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하면 영토를 안 뺏기고 지킬 수 있을까. 합스부르크가 내린 결론이 그냥 가족끼리 결혼하자였습니다.
삼촌이 조카랑 결혼하고, 사촌끼리 결혼하고. 심지어 같은 합스부르크 가문 안에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와 스페인 합스부르크가 서로 결혼했어요. 한두 세대도 아니고 수백 년 동안 이걸 반복했습니다. 솔직히 지금 우리 기준으로 보면 삼촌이랑 조카가 결혼한다는 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잖아요. 근데 그 시대엔 정치적으로 너무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권력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요. 저렇게까지 하면서 지켜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유전학자들이 합스부르크 가문의 근친결혼 정도를 계산한 적이 있어요. 마지막 스페인 왕 카를로스 2세의 근친결혼 계수가 0.254가 나왔습니다. 이게 친남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계수랑 비슷한 수치예요. 즉 부모가 서로 남남이 아니라 거의 형제자매 수준으로 가까웠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 초상화를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턱이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와 있다는 거예요. 아래턱이 위턱보다 훨씬 앞으로 나와있어서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이걸 의학적으로 합스부르크 턱(Habsburg jaw)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한 가문 이름이 의학 용어가 됐다는 게 좀 슬프기도 하네요.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스페인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왕 카를로스 2세예요. 별명이 저주받은 자(El Hechizado)였습니다. 턱이 너무 튀어나와서 음식을 제대로 씹지도 못했고 혀가 너무 커서 말도 어눌했어요. 거기에 발달 장애와 간질까지 있었습니다. 4살이 돼서야 걷기 시작했고 평생 글도 제대로 못 읽었어요. 한 나라의 왕이었는데도요. 이 부분 들을 때마다 너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백 년간 반복된 근친결혼의 결과를 한 사람이 다 짊어지고 태어난 거잖아요.
더 충격적인 건 자녀를 가질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 결혼했는데 자식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1700년에 그가 죽으면서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문이 완전히 끊겨버렸습니다. 600년 동안 유럽을 지배하던 가문이 결혼 정책 하나 때문에 스스로 멸망한 거예요. 역사를 보다 보면 이런 아이러니가 진짜 많이 나오는데 이건 정말 교과서적인 사례인 것 같아요.
| 인물 | 특징 | 근친결혼 영향 |
|---|---|---|
| 막시밀리안 1세 (1459) | 합스부르크 결혼 정책 시작 | 가벼운 턱 돌출 |
| 카를 5세 (1500) | 유럽 절반 지배 | 턱 돌출로 음식 씹기 불편 |
| 펠리페 4세 (1605) | 스페인 황금기 마지막 왕 | 턱 돌출 심화 |
| 카를로스 2세 (1661) | 스페인 합스부르크 마지막 왕 | 극단적 신체 · 정신 장애, 후사 없음 |
합스부르크 가문 주요 인물과 근친결혼 영향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게 있어요. 사실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도 자기 가족들 몸이 점점 약해지는 걸 분명히 봤을 거예요. 턱이 점점 튀어나오고, 자식들이 일찍 죽고,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는 모습이요. 근데도 멈추지 않았다는 게 어떻게 보면 대단합니다. 그만큼 권력 유지에 대한 집착이 컸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게 합스부르크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유럽 왕실 전체가 비슷한 길을 걸었어요. 왕족은 같은 왕족하고만 결혼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고 유럽 왕실 인구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결국 다 친척 관계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만 봐도 그 자손들이 유럽 거의 모든 왕실로 퍼져나갔어요. 영국, 독일, 러시아, 스페인, 그리스, 노르웨이까지. 그러다 보니 혈우병 같은 유전병이 유럽 왕실 전체로 퍼지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보다 보면 지금 우리 기준으로는 끔찍한데 그 당시엔 그런 인식 자체가 없어서 일어난 일들이 참 많아요. 합스부르크 이야기도 결국 그런 시대적 한계의 결과인 거고요. 권력을 지키려는 욕심이 결국 그 권력 자체를 무너뜨린 사례라는 게 역사가 우리한테 주는 교훈 같기도 합니다.
다음엔 왕들이 독살을 그렇게 무서워했던 이유를 얘기해볼게요. 음식 검식관이라는 직업이 있었거든요. 매 끼니마다 왕보다 먼저 음식을 먹어보는 사람이요. 이 이야기도 진짜 드라마틱합니다.